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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기사

‘정신적 고향'에 도전하는 스타벅스, 이탈리아에 안착할 수 있을까?

by 커피투성이 2023. 1. 13.

 

1983,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여행을 다녀왔다. 에스프레소의 고장 이탈리아 커피문화에 매료 된 그는 1985년에 이탈리아 카페 분위기를 반영한 커피 전문점 '일 조르날레(Il Giornale)'를 열었다. 그리곤 그때까지 커피 원두 판매만을 고집해온 스타벅스의 창업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1987년 슐츠는 결국 스타벅스를 인수해 커피 음료를 파는 업체로 탈바꿈시켰다. 늘 바쁘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에게 딱 맞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201896(현지시간), 스타벅스는 밀라노에 이탈리아 1호점을 열었다. 슐츠의 이탈리아 여행으로부터 35년 만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세계 최대의 커피 체인점이라도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강한 이탈리아인들을 상대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과연 스타벅스는 이탈리아에 대한 짝사랑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그 좁힐 수 없는 간극

'에스프레소(Espresso)''Express(빠르다)''Press(압축하다)'라는 의미가 합쳐진 이탈리아어다. 어원처 럼 에스프레소는 높은 압력에서 빠르게 뽑아낸 커피 추출방식인데, 20세기 초반 부터 이탈리아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인들 입맛에는 에스프레소가 너무썼다. 궁여지책으로 뜨거운 물에 에스프레소를 희석시켜 먹었던 것이 '카페 아메리카노(Caffe Americano)였.

 

이를 두고 많은 이탈리아인들은 '어떻게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어서 먹을 수 있느냐, 커피에 대한 모독이다'라며 분개하기도 한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길거리에 서서 금방 마시고 떠나는게 상례다. 만약 테이블에 앉아서 마신다면 추가 요금과 팁을 내야 한다. '공간을 판다'는 컨셉을 가진 스타벅스에게는 대단히 곤란한 부분이다. 이러한 이탈리아인들의 태도는 커피 체인점에서의 소비가 고작 0.6% 밖에 되지 않는다는 미국 농무부(USDA)2011년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사이의 머나먼 거리감은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에 안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이다. 때문에 스타벅스는 이탈리아 업체들과 차별화 하기위해 2년 간 공을 들여 준비했다. 일단 이번에 밀라노에 문을 연 '리저브 로스터리'는 스타벅스의 최고급 매장 브랜드로 시애틀과 상하이에 이어 세번째로, 유럽 매장 중 최대인 700평 규모다. 인테리어 측면에 서는 천장과 바닥이 대리석과 유리로 치장되어 있고 대단히 화려하다.

전세계 30개국에서 모은 희귀 원두를 로스팅해 독특한 커피를 연출하며, 칵테일을 서비스하기 위해 전문 바텐 더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또한 피자, 아이스크림, 젤라또 등 이탈리아의 문화 특색에 맞게 다양한 식사 메뉴를 제공하고, 에스프레소를 즐겨마시는 이탈리아인들 의 특성에 맞게 스타벅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프라푸치노 등 블렌디드 음료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탈리아 고객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타벅스, 실패의 기억들

아무리 이탈리아가 스타벅스에게 어려운 시장이라 할 지라도 이처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는 '실패의 기억'들 때문이다.

 

1) 호주

호주의 문화는 유럽 이민자의 대거 이주로 만들어진 만큼, 오래전부터 카페 문화가 뿌리내려 있었다. 호주 사람들도 대체로 이탈리아식 커피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역사가 긴 만큼 고유의 커피 문화를 발달 시켰다. 이들은 '플랫 화이트'라는, 우유 거품이 거의 없는 커피의 인기가 높으며, 일반적인 커피를 '롱 블랙'이라고 부르는 등 명칭 조차 다르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호주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실패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현저히 비싼 가격과 커피 문화 차이, 한 블럭 건너 한 집씩 있는 현지 로컬 커피 숍들과의 맛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2008년에 호주 시 장에서 누적 손실액 1억 달러를 기록했고, 그 여파로 84곳 중 61곳의 문을 닫았다. 그 후 24개의 지점만이 영업하다가 2014년 결국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호주 현지 기업 위더스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2) 베트남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뜨겁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도 스타벅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더커피하우스'는 현재 매 월 평균 10개의 신규 점포를 오픈하고 있으며, 5년 간 베트남 전역에 점포를 700개 이상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1980년대 베트남의 감성을 살린 '하이랜드커피' 또한 201460개에서 2018200개로 확장하는 등 지난 10년간 신생 베트남 커피브랜드들은 연평균 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2013년 베트남 진출 이후 5년이 지난 현재 38개 매장을 여는데 그쳤다. 베트남 현지 차문화가 스타벅스식 카페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고 최 근 경제 성장에 따라 현대적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는 흐름을 생각해보면 의외의 결과다. 태국에서의 330 , 인도네시아 320, 말레이시아 190개 등 동남아시아 인근 매장과 비교하더라도 크게 차이를 보인다.

높은 가격도 문제였지만 결국 경쟁자들에 비해 현지 사정을 파악하는데 뒤처진 게 이유였다. 한국의 카페베네도 같은 이유로 사업을 축소해 겨우 3개의 매장만 남아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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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본

일본은 스타벅스의 첫 번째 해외 진출국이다. 1996년 일본 긴자에 1호점을 냈을 당시 일본은 세계 5위의 경제 선진국이었고, 세계 3대 원두 수입국이었으며 커피 소비에 대한 역사도 긴 편이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스타벅스는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적극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1년 급작스럽게 적자로 전환한 뒤 고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현지 프랜차이즈인 도토루 커피'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과도한 미국풍으로 현지화에 소홀했던 점, 현지 업체에 비해 맛과 품질에서 특별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실적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그대로 스타벅스의 실패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08년 경영에 복귀한 CEO 하워드 슐츠가 일본 시장에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본인 입맛을 고려해 차와 팥 등을 이용한 신메뉴 개발과, 봄 시즌 '사쿠라'와 여름 시즌 오렌지블랑' 등 시즌제 메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고베, 교토 등 지역의 특색을 살려 스타벅스 매장의 디자인을 독특하게 꾸미기도 했다. '프라푸치노'로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결과 2011년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고 부활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현지의 로컬 커피샵, 다른 커피 문화, 1유로에 불과한 현지 커피 가격과 맞서 어떻게 경쟁할 건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자국 커피에 대한 단순한 자부심 차원을 넘어,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지 커피샵들은 스타벅스의 진입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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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어

 

하지만 스타벅스에게 불리한 싸움이 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민텔에 따르면 이탈리아 커피 시장 고객 중 16~35, 즉 밀레니얼 세대들은 에스프레소 외에 프라푸치노나 콜드브루 등 이탈리아의 전통이라고 할 수 없는 미국 스타일 커피에 호의적이라고 발표했다. 스타벅스는 디지털에 익숙한 이들 세대를 잡기 위해 주문전용 어플 '사이렌 오더'나 매장을 소개하는 별도 어플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을 사용해 밀라노 지점의 직원들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타벅스는 연말까지 밀라노에 일반 스타벅스 매장을 4개 오픈할 계획이다. 밀라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내년부터는 이탈리아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가 '정신적 고향'인 이탈리아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 된다.

 

출처 - 인터비즈 오종택, 임현석 기자 20189

 

 

 

STARBUCKS RESERVE MIL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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